고3 아들의 연애, 찬성하시나요?
예비 고3 인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날 친구들과 놀고 오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예비 고3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간의 기말고사를 치르느라 힘들었을 테니 환기는 시켜야지요.
저녁 늦게 들어온 아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아들이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눈치를 보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니 "엄마, 나 연애 해" 하는 겁니다. 오늘 그 여자애랑 놀고 들어왔다고.
순간 이 얘기를 듣고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발 남은 1년 동안 연애만은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연애 경험 다수 있음) 하필 시기도 제일 중요한 고3 시기에 연애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더군요.
"왜 그랬어? 이 중요한 시기에..."
당연히 아이도 엄마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았겠지요.
표정이 미안해하는 것 같았지만 자기도 어쩔수 없었다는 표정.
같은 학교 동학년 여자아이고, 공부도 자기 보다 잘하는 아이랍니다(저희 아이도 상위권).
지인 아들 중에 연애하면서도 서울대에 간 아이가 있는데, 자기도 그 형처럼 여친과 함께 열심히 할 테니 걱정하지 말랍니다.
아이 방에서 나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옵니다.
앞이 깜깜합니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어휴 망했어"가 튀어나옵니다.
잠이 안 와서 입시 커뮤니티에 검색을 해봅니다.
"고3 연애"로 검색해 보니, 많은 학생들의 고민 글들이 있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3 연애를 후회하더라고요.
물론 잘하는 아이들은 연애하면서도 서울대도 가고, 의대도 갔다는 글도 있긴 해요.
공부하느라고 힘든데 서로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다는 글도 있고요.
하지만 많은 글들을 읽어 보니 감정소비도 많고, 시간도 빼앗기고, 성적도 떨어지고.. 고3에게 이득이 되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어요.
고3 때 연애를 못하게 하고 싶지만 만약에 진행되었다면 남자아이 엄마는 수능 끝날 때까지 헤어지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여자아이 엄마는 당장 헤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답니다.
그 이유는 남자아이들은 수능 전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충격으로 공부를 놓아 버리고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능 친 다음날 헤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네요.
물론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전 저희 아이가 거절도 잘 못하고, 그동안 실연의 아픔으로 방황하던 모습을 몇 번 보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네요.
아이가 먼저 이야기해 줘서 고맙긴 한데, 제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반대를 하자니 아이가 입을 닫아버리고 동굴을 팔까 봐 걱정이고요.
속마음은 아닌데 괜찮은 척하려니 미치겠고요.
에효,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드네요.